등록일     2010-01-18 14:35:22 이름     김성률 첨부화일     없음 제목     # 중위권을 위한 모둠학습 모둠학습(그룹스터디)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공부법이다. 외고, 자사고 등에서는 과목별 학습동아리가 운영될 정도다. 하지만 내신 경쟁, 대입 경쟁에 시달리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선 점점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 구현고 김현섭 교사(협동학습연구회 전국모임 대표)는 "공부효과를 높이는 데 모둠공부, 협동학습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12년 전부터 학교 수업에서도 협동학습을 활용해 왔다. [배운 내용 확실히 익히는 '또래가르치기' 모둠공부가 효과적인 이유는‘또래 가르치기 효과’때문이다. 자신이 아는 내용을 남에게 설명하면 그 내용의 90% 이상이 장기 기억된다. 김 교사는“잘하는 아이가 못하는 친구를 가르치는 건 시간낭비가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배운 내용을 가장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 바로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긍정적 상호작용’이라고 부른다. “재미있게도 수업시간에 가장 학습효과가 높은 사람이 바로‘교사’예요. 미리 교과서를 보며 수업을 준비하고, 이를 설명하면서 확실하게 공부하는 셈이지요.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서로 가르치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모둠을 만들 때는 구성원을 이질적인 학생들로 짜는 것이 좋다. 4명이 한 모둠을 이루는 게 좋은데, 한 반에 40명이 있다면‘1등, 20등, 21등, 40등’ 이 모이는 식이다. 성적이 상위권, 중상위권, 중하위권, 하위권인 학생이 모이는 셈이다. 성적뿐 아니라 남녀 학생, 내향적·외향적인 성격의 학생이 고루 섞이면 더욱 좋다. 4명이 한 모둠을 이루는 이유는 짝을 지어 공부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또 5명 이상이 모이면, 그 안에서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과 자기 역할을 소홀히 하는 학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인다면, 현재 자신들의 수준보다 약간 높은 단계의 문제나 과제를 정하고, 함께 해결하면서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학생들은 모둠학습을 하면서 공부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 구현고 2학년 박종덕(17)군은“토론에서 나와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들으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또 혼자서는 풀 수 없었던 문제도 친구와 함께 생각하면 술술 풀릴 때가 많다. 아는 내용을 친구에게 설명하면서 개념을 확실히 다져 복습효과가 확실하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교사는 맡은 학생들을 일일이 가르칠 수 없지만, 모둠활동에서 아이들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은‘너는 이것도 몰라?’라고 꾸중을 들을까 봐 선생님께 쉽게 질문하지 못해요. 반면 친구에게는 편하게 물을 수 있죠. 같은 모둠 내에서도 1등과 22등(상위권과 중상위권), 21등과 40등(중하위권과 하위권) 학생이 짝을 지어야 해요. 긍정적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조합이죠. 이렇게 짝을 지으면 하위권 학생도 부담 없이 중하위권 친구에게 물을 수 있고, 또 중하위권 학생도 가르쳐주면서 자기 실력까지 향상시킵니다.” [모임 전 '혼자 하는 공부' 확실히 이뤄져야] 모둠학습을 할 때는 규칙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모둠을 만든 목적을 분명히 하고, 다음 시간에모여 무엇을 공부할지, 모임 전까지 각자 어떤 공부를 해올지 확실하게 정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아이들끼리 모여 딴 짓을 하거나 놀기만 하는 모임으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구성원 각자에게어울리는 역할을 맡긴다. 김 교사는 4명의 아이들에게 각각 이끔이, 칭찬이, 기록이, 지킴이의 역할을 준다. 이끔이는 모둠을 이끄는 리더이고, 칭찬이는 모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칭찬하고 격려하는 역할이다. 기록이는 모여서 무엇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록·평가하며, 지킴이는 시간 등을 관리한다.“ 여러명의 아이가 있으면 대개 한명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이 없도록 각자의 특기나 장점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모여서 공부할 때 구성원이 고루 발언하는것도 중요하다.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한다면, 1~4번까지 각자에게 번호를 부여해 순서대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같은 수학문제를 풀었다면, 각자의 풀이법을 차례로 설명한다. 모둠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혼자하는 공부’다. 모임 전 미리 정한 주제나 과목, 문제에 대해 혼자서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가 몰라도 친구가 가르쳐 주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자 자기주도학습을 철저히 해야 함께 공부할 때 효과가 배가된다. 시험공부를 같이 한다면, 각자 요점정리를 철저히 하고, 예상문제를 뽑아보며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확실히 알아둬야 모둠학습에서 그 부분을 보강할 수 있다. 혼자 공부하면 자신의 한계를 알기 어렵고 뛰어넘기도 힘들지만, 모둠학습에서는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김 교사는“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구성원이 고루 참여해야 모둠학습의 효과를 확실히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둠학습을 통해 아이들은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워요. 처음에는 의견충돌도 당연히 생기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모임 시간을 정하는 것조차도 맞지 않아 갈등을 빚어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리더십을 키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