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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의 정석은 없다… '꾸밈 없는 가능성' 보이니 통하더라
조선일보 2010-06-21 13:56

입학사정관제 합격생에게 듣는 포트폴리오 작성 노하우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입시 정책인 만큼 혼란도 만만치 않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포트폴리오. 입학사정관 전형에 응시할 경우, 포트폴리오 제출을 반드시 요구하는 대학은 거의 없지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실제로 적지 않은 응시생이 포트폴리오를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는 등 이중 사교육을 불러오기도 하는 것이다.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각 전형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많은 양과 화려함으로 무장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실적만을 강조한 포트폴리오를 경계했다. 그렇다면 입학사정관제로 대학 입학의 꿈을 이룬 새내기들의 포트폴리오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지금부터 그 속을 들여다보자.

◆이민우(건국대 화학과 1학년)군, '나의 포트폴리오에는 내 꿈에 대한 진실성이 녹아 있다'

가스레인지·양은냄비…
주방살림 이용한 실험과정 모두 작성
과학자의 꿈과 열정 오롯이 담았죠

자기추천자 전형으로 건국대에 합격한 이민우군은 어릴 때부터 과학자를 꿈꿨다. 민우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는 화려한 스펙의 친구들과 다르게 제 수상 실적은 교내대회에 국한돼 있다"며 내세울 게 없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저는 실험하는 것을 좋아해요. 공부하면서 궁금한 내용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수험생이 되면서 그동안 해왔던 동아리 활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됐고 차라리 혼자 실험하자고 마음먹었죠."

과학 실험은 도구를 완벽하게 갖춰 진행해도 실험 결과에 오차가 발생하거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만큼 비용과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집에 있던 가스레인지, 양은 냄비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험 도구로 활용했다. 제대로 갖춰진 실험이 아니었던 만큼,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다. 가스레인지 고장으로 실패한 실험, 잘못된 구성으로 실패한 실험 등 쉴새 없이 실패를 거듭했다. 실패 속에서 그 원인을 파악해 오차가 줄어들 때까지 실험을 반복했다.

실험 보고서는 직접 손으로 작성했다. 실패했을 때도 실패한 원인과 개선해야 할 점을 있는 그대로 보고서에 남겼다. 이군은 "왜 실패한 실험을 기록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과학 이론은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많은 실험을 통해 훌륭한 이론을 정립한 과학자들처럼 나 홀로 '과학자 놀이'를 했다"고 전했다.

"포트폴리오는 꿈을 향한 열정을 담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제 보고서 안의 실험들은 너무 단순하고 쉬워서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몇 장의 포트폴리오 안에 '왜 내가 과학자가 돼야 하는지' '대학에 들어가서 펼칠 수 있는 능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담았죠."

◆이태영(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1학년)양, '나의 포트폴리오는 성장통이다'

언론분야 다양한 활동 통해 느낀점
한 권의 성장일기처럼 기록
목표와 맞지 않는 활동은 과함히 들어냈어요

올해 지역핵심인재 전형으로 대학 새내기가 된 이태영양의 꿈은 언론인이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쉼 없이 탐색한 후 목표를 정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들과 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갔어요. 처음에 갔을 때는 어색함과,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당황했지만, 요양원을 자주 방문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까워졌죠. 바이올린을 켤 줄 아는 동생과 음악회를 열고 환자와 간병인, 봉사자가 함께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도 보냈어요. 그러다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과의 소통 부재가 그들에게 어떤 슬픔을 가져다주는지를 보게 됐죠."

요양원에서의 경험은 이양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특별한 기술이나 방법 없이도 감정의 교류를 통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회 계층 사이에서 소통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언론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관심 분야가 명확해지자,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양은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10대 일간지와 법정, 문화재를 모니터하고 청소년 기자단으로서 사진을 찍고 기사를 작성하는 등 언론 분야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했다. 이양은 "작은 활동이라도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과 내용을 기록하는 버릇을 들였다. 글이나 사진, 어떤 형식이든 개의치 않았고 꿈을 구체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양의 포트폴리오는 한 권의 성장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항목화였던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했던 것들을 막상 정리하려고 보니, 언론인이 되겠다는 목표와 맞지 않는 활동도 적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들어냈어요. 언론인의 꿈을 갖기까지 어떤 노력과 고민을 했는지,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성했죠. "

◆고우정(경희대 언론정보학부 1학년)양, '나의 포트폴리오는 자신감이다'

VJ콘테스트 대상 받은 영상물과
제작과정 담긴 CD 2장만 제출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보여줬어요

네오르네상스 전형으로 대학 합격장을 손에 쥔 고우정양의 포트폴리오는 CD 두 장이다. 얼마나 보여줄 것이 많았으면 CD 두 장을 제출했을까, 의구심이 생겼지만, 고양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한 장에는 KBS VJ 특공대 VJ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단편 영상물을, 또 다른 한 장에는 제작 과정과 방송 인터뷰 장면을 담았다는 것.

"입학사정관 전형 자체가 학생의 재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 이야기와 생각이 담긴 이 영상물 하나라면, 저를 오롯이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흔히 말하는 여러 가지 수상 실적, 공인 영어시험 점수 같은 것은 없지만, 그게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망설이지는 않았어요. 저 스스로 어떤 한계를 설정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KBS VJ 특공대 VJ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은 '조각보 가족'이다. 이 조각보 가족은 고양의 가족 이야기다. 아버지와 새 어머니, 어머니와 새 아버지, 그리고 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양은 "현대 사회에는 미혼모 가정, 재혼 가정, 이혼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들 가정을 '정상'이라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 가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도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한편의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었던 데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때 자주 이사를 했지만 교내 방송반, 밴드부 등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선 미국 공립학교로 1년 동안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힘든 유학생활이었지만, 전화비를 아끼려고 1년 동안 전화를 하지 않는 등 누구보다 생각 깊은 아이로 자라났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자취할 정도로 독립심도 강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 부모님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이런 경험 덕분에 제가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겠다는 꿈을 꿀 수 있게 된 거죠."

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kmg8585@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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