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로마로 - 젊은이의 여행은 투자이다
[ 이 글은
광일소식 제2호(2000년 10월 9일)에 실린 글입니다 ]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아내는 아침부터 서두르더니 조조 프로그램을 보잔다. 아이들이 있으니 그렇고 또 돈도 500원이 싸다나. 

   리들리 스콧이 감독하고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글래디에이터(gladiator 검투사)라는 영화였다. 리들리 스콧은 「에일리언」「델마와 루이스」「블랙 레인」 등의 흥행작들을 만들어낸 감독이기도 하다. 

   아마도 한 도시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를 조사해본다면 단연 로마가 앞설 것이다. 「벤허」「스팔타커스」「무방비 도시」「쿼바디스」「달콤한 인생」「로마의 휴일」「로마 제국의 멸망」「줄리어스 시저」「클레오파트라」등등. 그래서 독일의 문호 괴테는 “로마에서 비로소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글래디에이터」는 로마의 전성시대를 연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잿가루가 날리는 역동적인 전투씬과 격투씬, 첨단 효과로 되살린 웅장한 로마의 모습,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싸움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콜로세움에서 바퀴에 칼날이 달려있는 마차 부대와의 격투씬은 온몸에 전율과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물며 그 당시 현장에서 격렬한 격투씬을 바라본 로마시민들은 얼마나 흥분했을까? 50만 인구의 도시에 5만 명이 입장할 수 있는 콜로세움, 그리고 연 500만의 관람객이 있었다 하니 그들이 얼마나 거기에 빠져 있었는지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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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개 로마가 지중해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의 원동력은 강력한 군대(16세에서 65세까지 모든 시민에게 군 복무 의무)와 콜로세움에서 로마시민을 끊임없이 흥분과 열광케 한 검투사들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얼마전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감사하는 추석을 지내기 위해 2900만명의 인구가 이동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 지구상 의 여러 나라 중 조상의 음덕을 가장 확실하게 받아 잘사는 나라가 바로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가 아닌가 싶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 고향을 찾듯이 전 세계 인류는 고대 로마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로마로 몰려들지 않는가. 

 

   오늘날 로마가 멸망한지 1500여년이 지났지만 세계의 많은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노래하고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뭘까? 선조들의 영광이 자신들의 영광임을 알고 끊임없이 역사를 보존, 창조하기 때문이리라. 

    유럽에서 로마를 빼놓고 문화와 역사를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유럽을 알고 싶다면 아니, 세계의 문화와 역사를 알고 싶다면 로마부터 공부하고, 로마부터 여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율리우스 케사르(영어로는 줄리어스 시저)가 풍미하던 로마, 8월의 상징인 아우쿠스 황제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고대 로마로부터 현재 전 세계 약 10억의 카톨릭 교도의 지도자인 교황이 머물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이 있는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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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한다. 여행을 할 때는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고 어떤 것을 볼 것인지 준비하지 않으면 보람도 없고 여행 경비만 아까울 뿐이다. 어디를 여행하든 마찬가지겠지만 로마를 여행할 때는 시중에 다양한 형태로 나와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 “로마의 역사” 등을 공부하면 좋겠고, 특히 로마와 관련된 영화를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로마를 여행하려면 「벤허」「쿼바디스」「로마의 휴일」「글래디에이터」등을 보고 가야 한다. 특히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은 세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로마 도시의 분위기나 볼거리를 적나라하고 완전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오드리 헵번)가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듯이 우리도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문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어떨까. 여행은 배움이고 자기 성찰의 시간이라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가 행한 여정대로 따라해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바다의 신(神)인 넵튠이 내려다보는 트레비 분수는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몰려들어 등뒤로 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어 다시 로마에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첫 번째 동전은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기를, 두 번째 동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마지막 세 번째 동전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한다. 나도 세 개의 동전을 던져 넣었는데 두 가지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제 마지막 남은 소원은 가족과 함께 로마를 방문하는 날 이루어질 것이다.  

   앤 공주가 스페인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계단을 오르던 장면은 아직도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은 못 먹었지만 앤 공주가 오르던 계단을 나도 오르내리고 세계 도처에서 온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야간에는 패션쇼가 열리기도 하므로 기대해보기 바란다.  

   다음에 앤 공주가 노천 카페를 거쳐 간 곳이 콜로세움이다. 고대 로마의 대표적 유적지인 콜로세움은 서기 80년(지금으로부터 1920년 전)에 완공되어 로마 시민을 즐겁게 해주기 위하여 전쟁에서 잡아온 포로나 죄수들을 검투사로 훈련시켜, 검투사끼리 또는 검투사와 맹수끼리 싸우게 했으며, 기독교 박해 시에는 종교인들을 처형했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훼손되었지만 그 당시의 경기장이 남아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글래디에이터」에서 호랑이가 지하에서 올라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맹수들이 대기하던 우리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를 보면서 전율과 쾌감을 아내보다 더 느낀 이유는 단지 남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검투사들이 피 흘리며 싸우고, 로마 시민과 왕이 흥분하며 열광하던 그 장소에 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의 입

 

   「벤허」에서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사륜마차 경주 장면이 있는데, 콜로세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실제 경기장은 영화에서처럼 웅장하지는 않아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조용히 있으니 격렬한 마차 경주소리, 시민들의 환호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그곳을 지나 평소에 거짓말을 한 사람은 입에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진실의 입”에 도착하면, 입에 손을 넣고 사진 찍으려는 한국인들이 줄서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코메스틴의 성모 마리아 성당 현관에 있는 “진실의 입” 조각상은 강의 신(神) 홀르비오의 얼굴을 조각한 대리석상인데사실은 로마 시대 때 맨홀 뚜껑으로 사용하던 것을 이곳에 세워 놓은 것이다. 맨홀

뚜껑까지 관광상품화 되었다고 생각하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상술은 알아줄 만 하지 않는가.아마도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면 “진실의 입”(맨홀 물 빠져 나가는 구멍)에 누가 손을 넣고 사진 찍으려고 장사진을 치겠는가. 

 

   「로마의 휴일」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을 가보자. 성베드로의 무덤 위에 미켈란젤로의 설계에 의하여 건축된 성베드로 대성당은 웅장함과 장대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며,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유럽 최

대의 박물관인 바티칸 박물관은 그 내부 소장품이 워낙 많아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보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 중학교 미술책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라오콘(laoconte)상, 바티칸 박물관의 제일의 소장품인 미켈란젤로의 천정화 “천지창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예술의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성베드로 대성당의 근위병들은 스위스 용병들인데 그들의 특이한 의상도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혹시 운이 좋으면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52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선출된 비(非) 이탈리아계의 교황)를 멀리서나마 뵙게 될지도 모르겠다. 

 

라오콘 상

 

   이외에도 로마는 보이는 모든 것, 만질 수 있는 모든 것이 유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시 아는가. 내가 방금 앉은자리가 그 옛날 로마 병사가 포에니 전쟁에서 돌아와 지쳐 쉬던 곳인지, 네로 황제가 로마를 불태우며 서 있던 자리인지, 아니면 케사르(줄리어스 시저)와 클레오파트라가 지나갔던 곳인지 모를 일이다. 로마 시대 때 마차가 다니던 바퀴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대가 지나갔던 곳을 내가 지나가고, 내가 지나갔던 곳을 그대가 지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대의 작은 발자국이 역사인것을. 

국가와 왕실을 위하여 앤 공주가 여정을 마치고 궁전으로 다시 돌아가듯이 우리도 가족과 일상을 위하여 여행에서 돌아와야 한다.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여행은 우리를 설레게 하고 흥분되게 한다. 하지만 여행은 도피가 아닌 익숙한 일상을 위한 자기 깨우침이다. 돌아와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을 얼마나 얻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행을 머리로만 계산할 수는 없지 않는가.  

 

 마무리를 시인 장용길의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우리는 떠나야한다 

            가서 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 ,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 

            흐르는 물은 썩지 않듯 

            몸도 마음도 부패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삶도 끝없이 흘러가야 하는 것이라고..... ' 

 

추신 : 여행은 젊을수록 떠나야 하고, 국가는 젊은이의 여행경비 중 절반 이상을 지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국가는 남는 장사이다. 멀리 내다보자. 젊은이의 여행은 투자이다. 

 

  더 많은 여행 관련 자료는  

      김성률의 홈페이지(http://www.ksr.pe.kr/   http://www.imgok.com/)에 있습니다.